(우) 김태영 박사(평통자문위원-송파구협의회)와 제임스 한 사범(ITF 소속)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이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도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태권도다. 비록 현재는 대한민국의 WT(World Taekwondo Federation)와 북한이 중심이 된 ITF(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로 나뉘어 발전해 왔지만, 태권도의 뿌리는 분명 한민족의 정신과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남북을 연결하는 소통과 화합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지난 2026년 5월 말, ITF 국제태권도연맹 특사 성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한 ITF 태권도 사범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22기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태영 박사의 서울 송파 대한스포츠상해예방운동협회 사무처 회장 직무실을 방문해 한국 태권도와 북한 태권도의 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만남은 제임스 한 사범의 요청으로 성사되었지만, 김태영 박사 역시 태권도계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김 박사는 50여 년간 태권도를 수련해 왔으며, 1980년 설립되어 큰 흥행을 이끌었던 실전태권도(프로태권도)의 원로이자 태권도 프로 9단 보유자이다. 또한 스포츠의학과 스포츠마사지학, 스포츠부상관련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태권도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에 헌신해 왔다.
이날 논의는 단순한 태권도 기술 교류를 넘어 스포츠의학 분야의 협력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김태영 박사가 오랜 세월 연구해 온 태권도 선수 부상예방 프로그램과 경기력 향상 시스템을 ITF 지도자 교육 과정에 접목할 수 있다면, 이는 남북 체육 교류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데 양측은 공감했다.
특히 김 박사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서 남북 간 평화로운 관계 유지와 원활한 소통을 희망하고 있으며, 현재 외교부 소관 사단법인 태권도외교단 상임고문으로서 태권도 분야의 민간교류가 정치적 갈등을 넘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ITF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 리용선 총재가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리 총재는 국제 태권도 발전과 교류 확대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WT(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그리고 ITF 간의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확대된다면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폭 역시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제임스 한 사범은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국기원 윤웅석 원장 등과 만나 관련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8월 몽골에서 개최될 예정인 ITF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팀을 구성해 참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김태영 박사가 한국 대표팀 닥터로 참여하여 선수들의 건강관리와 스포츠의학 지원을 담당하고, 이를 통해 태권도를 매개로 한 남북 민간외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이와 관련하여 관계기관인 통일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도 협력 기회를 마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태권도는 오늘날 남과 북에서 서로 다른 체계와 경기방식을 발전시켜 왔지만, 본질적으로는 한민족이 함께 만들어 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한국은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미 2023년 독자적으로 등재를 신청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오히려 태권도를 매개로 한 새로운 협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과거 고(故) 장웅 전 ITF 총재가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던 사례는 체육교류가 정치적 대립을 넘어 상호 이해와 화합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WT와 국기원, ITF가 ‘한민족 태권도의 공동 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체육은 정치보다 먼저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을 가진다. 언어와 이념이 다르더라도 같은 도복을 입고 같은 기술을 수련하며 같은 가치를 공유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태권도는 바로 그러한 소통의 언어가 될 수 있다.
김태영 박사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온 스포츠의학 기반의 부상예방 프로그램과 경기력 향상 시스템이 북한 태권도 지도자 교육에 활용되고, ITF와 WT가 학술적·기술적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스포츠 협력을 넘어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의미 있는 민간교류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쉽지 않은 시대일수록 작은 만남과 작은 교류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태권도를 통해 시작되는 작은 소통의 장이 언젠가 한반도 평화와 화합의 큰 길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